저는 남들보다 돈에 대한 강박이 심한 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을 먹고 싶어도 '순간의 욕심 때문에 몇 천원 더 써버리는건 너무 아까워. 훨씬 손해야'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물건을 살 때에도 무조건 할인하는 것만 사야하고 쿠폰이 없으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사지 않아요. 길거리에서 인형뽑기를 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어보이긴 하는데 굳이 저런건 왜 하나 싶기도 해요.
이러한 강박 때문에 대학교 2학년인 저는 예쁜 옷도 거의 안 사고 화장도 안 하고 어두침침하게 다녀요. 해외여행도 성인이 돼서 처음 가봤어요. 하지만 저도 남들처럼 꾸미고 다니고 싶고 먹고싶은건 그냥 사먹을 줄도 알고 즐길는 법도 알고 싶은데, 뭘 하든지간에 '하..이거 다 돈인데..'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저희 집이 가난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가정이에요. 다만 저희 엄마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돈 벌기 힘들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고, 무얼 사더라도 '그냥 다음에 사'라고 하시고 물건을 최대한 아껴쓰고 쿠폰이랑 할인된 것만 보시는 습관이 있어요. 아마 그것 때문에 저에게 이런 강박이 있는 걸까요?
저의 이런 돈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글쓴님, 안녕하세요?
아이고, 맛있는 붕어빵을 한번도 사먹어본 적이 없었다는 말이 짠하게 느껴지네요. 글쓴님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욕구를 절제할 줄 알고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서 스스로 여러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네요. "나는 왜 이렇게까지 참야아 하지?"라고 말이에요.
돈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돈은 무언가를 사기 위한 수단인데 우리는 가끔 돈 자체를 위해 살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글쓴님이 어릴 적부터 들었던 엄마의 말처럼요.
'다음에 사'라는 말은 글쓴님에게 물건을 사는 것이 나쁜 행동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을 수 있겠습니다.
절약하는 것 자체는 좋은 습관입니다, 절약을 할지 말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말이에요.
그러나 지금까지의 절약은 어린시절부터 계속되어 온 막연한 불안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었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요?
글쓴님은 왜 돈을 아끼고 계신가요?
무엇을 위해 돈을 아끼고, 무엇을 위해 돈을 쓰고 싶나요?
위의 질문들을 떠올리면서 지금의 소비(돈을 사용해 내 욕구를 채우는 행위)가 글쓴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중심으로 선택해보세요.
글쓴님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다는 느낌을 기르기 위해 몇 가지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한 달에 한 가지, 나를 위한 소비 항목을 정해보세요.
예를 들어, 만 원 이하의 맛있는 간식일수도 있고, 3만 원 이하의 옷이 될수도 있습니다.
소비를 하고 나면, 나는 왜 이걸 골랐는지, 나에게 어떤 만족감이 들었는지를 적어보세요. 그리고 잘 쓴 돈에 대해 이건 나를 위해 참 잘한 소비라고 말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글쓴님은 지금껏 누구보다 인내하고 미래의 글쓴님을 위해 절제하며 살아왔어요.
이제는 글쓴님의 원하는 삶의 위해 조금씩 방향을 바꿔도 괜찮습니다.
돈을 쓸 줄 아는 삶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서 나를 아끼는 표현이자, 권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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