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매일 밤 죽을 이유와 살 이유를 세는 삶은 얼마나 우스운지

김춘삼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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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지금이 10월 4일이니 수능까지 47일 정도 남았는데, 공부는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며 살아갈 이유와 죽을 이유를 세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어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곤 합니다. 제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에 의미 같은 건 없다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의미 없이 살아가는 일은 꽤 지치는 일입니다. 부모님은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좋은 대학을 나오셨는데 전 인서울도 간당간당합니다. 부모님께선 외동아들인 저를 아껴주시고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시는데 저는 패배감과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폐 안에 기다랗고 넓죽한 천덩어리가 가득차 숨이 쉬어지지 않는 기분을 느낍니다. 아무 의미 없이 심장이 쿵쾅거리며 당장이라도 속에 든 모든 걸 세포 하나까지 전부 개워내버릴 듯한 구역감이 몰려옵니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파오고 손은 충동적으로 몸과 물건을 긁어댑니다. 지금 당장 죽고 싶지만 죽으면 아직 완결을 보지도 못한 웹소설 하나가 마음에 걸리고, 언젠가 투고해보고 싶던 소설이 마음에 걸리고, 더 이상 친구들과 게임을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분명 상류층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중산층은 확실하게 되는 부모님을 둬 놓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분명 배가 불러터져서일 것입니다. 어머니는 주에 한두 번씩 제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말씀하십니다. 저를 데리고 골프를 가고 싶다 하시고, 저와 함께 호주로 여행을 가고 싶다 말씀하십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어머니의 행복한 머릿속 그림 속에 제가 들어가 있다는 게 이질적이고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불편합니다. 죽는 건 무섭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無가 두렵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것마저도 두렵습니다. 부모님께 '사실상 내놓은 자식'이 되는 게 두렵고, 친구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가 되는 게 두렵고,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두렵습니다. 이따금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면 그곳에 난 없습니다. 아니,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상상은 언제나 제3자의 시점에서 얼굴 없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상상입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분명 친구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고 어머니의 막연한 여행 계획은 깨져버릴 것입니다. 유서를 쓰고 나만 아는 깊숙한 곳에 숨겨놨다가, 어느 날 부모님이 그 유서를 발견해 충격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한다면 너무나도 패륜적인 것일까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제 부정적으로 썩어문드러진 내면을 들키는 것이 두려워 작은 아픔들을 숨기고 숨기다 보니 어느새 제 마음은 잔상처가 난 배처럼 검게 썩고 쪼그라들어 뒤틀리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으면서도, 읽고서 마음이 불편하실 부모님이 나를 걱정하실까 두렵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아픔을 숨겨놓고 그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건 참 멍청하고 바보같은 행동입니다. 이토록 비틀리고 이기적인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건 즐겁고 웹소설을 읽으면 재밌습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이 사라질 때면 마음 속 한 구석에 숨겨둔 공허함이 고개를 들어 내 마음속을 헤집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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